정업(定業)의 선연(善緣)과 악연(惡緣)

이법철 | 입력 : 2017/07/06 [10:50]

 

▲     © 이법철

모든 남녀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 까지 전생에 스스로 지은 정업으로 선연(善緣)과 악연(惡緣)을 만나게 된다. 인간은 선연(善緣)을 만나야 행운을 얻고 행복할 수 있다. 악연(惡緣)은 지어서도 안되고, 만나서는 안된다. 나는 이 장(章)에서 실제 있었던 악연의 이야기를 해주어 독자들에게 또하나의 권선징악(勸善懲惡)을 깨우치고자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그해 여름의 어느 날, 치악산의 하늘에 일진광풍이 불어 닥치고 흑운이 유령처럼 몰려왔다. 구름사이로 뇌공(雷公)이 천고(天鼓)를 두두리는가, 공포의 우레소리가 도처에서 울려대었고, 뇌공의 배우자라는 전모(電母)는 뇌공에 뜻을 받드는 것인지 우레소리 사이에 번쩍 공포의 번개를 치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우르르 쾅!….

나는 횡성군 갑천면의 나의 토굴(공부방)속에 홀로 좌선자세로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우레 소리를 들으며 관하고 있었다.

그 때 유리창에 어둑어둑한 시야에 토굴로 뛰어오는 냠녀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황급히 주인을 찾는 남녀의 음성이 번갈아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비에 흠벅젖은 젊은 남녀가 고개숙여 인사하며 비를 피할 곳을 청한다. 나는 흔연히 남녀를 방에 안내하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였다. 남녀는 차를 마시며 거듭 고개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젊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등산을 왔는데 비를 만났습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저희에게 법문을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젊은 여자가 이어서 말했다.
"저희는 곧 결혼을 하게 되어요. 백년해로 할 수 있도록 법문을 부탁드려요.

나는 두 남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구름이 인연따라 산봉우리에 잠시 머물렀다 가듯이, 두 사람은 결혼을 해도 10년을 가지 못해 이별해야 할 인연이었다.

불가에서 남녀간에 혼인하여 부부가 되는 인연은 오백생의 지중한 인연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그 오백생의 인연이라는 것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길에 헤어져 남남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일이다. 사랑의 좋은 선연에서 헤어지며 원망과 저주를 퍼붓는 악연이 되어 헤어지는 것이다.

왜 헤어지는가? 알몸으로 이층(二層)을 이루며 사랑했던 남녀도 시간의 흐르면, 각기 이해타산에 의해 사랑이 변질되어 버린다. 또,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이별의 고통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빗속에 찾아온 두 남녀의 정해진 인연을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직 그들의 잔에 차를 가득 부어주며 확인하듯 물었다.
"진실로 법을 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편히 쉬었다가 가시기 위한 방편이오?"

두 남녀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장차 부부의 인연을 맺을 저희에게 교훈적인 법문을 꼭 부탁드려요."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진실로 법을 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두 사람에게 '한 생각'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된 실화를 들려드리겠소."

그 때 나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듯이, 뇌공과 전모는 산악이 깨져라 뇌성과 함께 번개를 쳐대았다. 우르르쾅!...콰쾅!...두 남녀의 얼굴에 번개불빛이 스치고 눈에 공포가 가득 어렸다. 나는 제법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40대 중반, 전남 무위사(無爲寺) 절의 주지로 재직할 때 겪었던 이야기라오.“

국보 13호가 있는 무위사(전남 강진군 성전면 무위사)는 월출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천년 고찰이다. 그 강진읍에 초등학교 동창생 가운데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가, 어느 날, '한 생각'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연으로 변하고 말았다.

가명(假名)으로 박종규, 김민수, 채인철, 오영근 네 명은 50대 중반으로서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네 명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막역하여 네 것 내것이 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막역한 친구들이었다.

어느 화창한 봄 날, 꾀많은 박종규의 제안으로 각기 부인들 몰래 다른 남자의 부인들을 꼬득여 바다낚시 겸 즐기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네 친구는 낚시 도구와 배안에서의 먹거리인 소주 등을 잔뜩 등에 짊어지고 앞서 걸었다. 네 친구는 뒤따르는 여자 네 명을 흘깃흘깃 훔쳐 보며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벌쭉 벌쭉 웃어대었다. 남자들의 뒤에는 짝지어 놀 네 명의 40대 중반의 예쁘고 포동포동한 여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연신 수다를 떨며 남자들의 뒤를 따랐다.

오영근이 박종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가장 예쁜 여자는 누구라고 보는가?"
박종규는 입가에 손을 가리고 나직이 말했다.
"빨간 상의를 입은 이미경이라구 내가 점찍어 놓았어. 자넨 욕심내서는 안돼 알겠지? 누구던 이미경에 욕심내면 내 주먹이 용서치 않을 거야. 친구고 뭐고 혼날 줄 알아."
이 소리를 들은 등에 잔뜩 짐을 짊어진 김민수가 성난 목소리로 나직히 말했다.
"누구 맘대로 점찍는다는 겐가? 어림도 없지. "

오영근이 성난 얼굴로 쏘듯이 말했다.
"배안에서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게 하자구? 여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잔 말이야."
잠시 박종규는 난색을 짓다가 오영근을 무섭게 째려 보았다. 또다른 친구 채인철은 말없이 이미경을 탐욕스럽게 훔쳐 보는데, 소심하고 궁색해 보였다.

그들은 마량면의 작은 포구에 도착하여 소형 낚시배를 세내어 빌렸다. 만고풍상을 겪어보이는 60대 중반의 배 선장은 부부들이 아닌 남녀들이 재미 보려는 수작에 비로 쓸어보듯 히더니 순간 비웃는 표정이더니 이내 “돈만 벌면 돼!” 하듯 헤헤 아부 조로 표변했다. 남녀들은 모두 배에 승선했고, 배는 바다를 향해 출항했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지경에 오자 말 잘하는 박종규가 야유회에 사회를 보듯이 어색해하는 여자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자, 숙녀여러분, 이곳은 묻지마 관광버스는 아닙니다. 통통배의 낚싯배이지만, 호화요트로 알고, 우리는 완전한 보안속에 하루를 부담없이 즐깁시다. 우리는 초면이지만, 부부처럼, 연인처럼, 하루를 재밌게 보냅시다. 동의하시죠? 동의하는 뜻에서 박수 한 번 부탁합니다."

배는 통통거리며 계속 파도를 헤쳐 약진해나가는 속에서 남녀들은 박종규의 제안에 동의의 뜻으로 큰 박수가 쏟아졌다.

모두 배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박종규가 서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또-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신 숙녀분들을 위해 저희는 죽어라 바다고기를 낚시로 잡아 올리겠습니다. 싱싱한 자연산 회와 술을 많이많이 마셔 주십쇼. 즐거운 뒷마무리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아셨죠? 즐거운 마무리?"

박종규는 '즐거운 마무리'라는 말에 강조하듯 힘을 주며, 여자들을 향해 왼쪽 눈으로 윙크를 보내었다. 여자들의 볼에 홍조가 스쳤다. 와아 환호와 함께 좋다는 듯 큰 박수를 쳐댔다.

그때, 김민수가 손을 들어 긴급 동의를 구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긴급동의요!"
박종규는 여자들 앞에 거만스런 자세를 보이며 퉁명하게 말했다.
"뭐야?"
김민수는 크게 말했다.
“오늘 우리가 숙녀분들을 만난 것도 지중한 인연이 아니겠나? 짝을 맞추었으면 하는디, 숙녀분들에게 우선권을 주었으면 하는디. 여러분은 어떠쇼?"

그 때 여자들로부터 지지한다는 합창과 동의의 박수가 터졌다. 박종규는 이미경에게 호소하듯이 안타깝게 건네 보았다. 제일 예쁜 이미경은 웬지 싸늘히 외면했다.

드디어 여자들에게 파트너의 간택권이 주어졌다. 눈깜짝 할 사이에 여자들은 인연따라 남자를 택하였다. 이미경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박종규, 김민수, 오영근의 세 남자는 아연실색할 일이 벌어졌다. 이미경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듯 근심어린 얼굴로 바다를 응시하듯 보는 채인철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경은 예쁘게 활짝 웃으며 채인철의 옆에 앉아버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박종규의 눈에서는 시퍼런 불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채인철은 뜻밖의 행운에 헤벌쭉 웃어 보였다. 이미경은 채인철에 아양을 떨어대었다. 박종규는 이를 갈아대었다.

짝을 지은 남자들은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물고기를 낚아 올리면 짝인 여자들은 “지화자!” 하듯이 와- 손뼉을 치며 성원의 환호 소리를 질러대었다. 싱싱한 회가 마련되었다. 남녀는 뱃바닥에 앉아 제짝들의 술잔에 소주를 따라 권하고, 회를 초장과 와사비가 있는 간장에 찍어 안주로 먹었다. 여자들은 제 짝의 남자의 술잔에 술을 고운 미소로 술을 따르고, 남자들은 은근히 자신의 짝인 여자의 손을 잡았다. 박종규가 힐끗보니 이미경이 채인철에게 술잔을 건배하더니 자신의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초장에 찍어 채인철의 입안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박종규는 더욱 이를 갈았다.

박종규의 내심은 격분하여 이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저런 주먹으로 쳐 죽일놈이 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저놈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차지해왔단 말씀이야.) 오영근과 김민수가 박종규에게 술잔을 건네는 척 하면서 여자들 귀에 들리지 않게 신경 쓰면서 화를 돋우는 소리를 했다. "죽쑤어 개준다는 속담아냐? 우리가 돈들여 놀이를 마련하고 결국은 돈도 한 푼 안낸 채인철이 좋은 일만 한게야. 자네와 우리는 흠벅 마시세. 우리에게도 꿩대신 닭들이 있지 않나?"

속삭이던 남자들은 큰소리로 웃어 제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여자들은 왁자하니 웃어 주었다.

박종규는 분해서 소주잔을 연거퍼 비웠다. 급취를 하니 박종규는 더욱 분한 마음이 되었다. 박종규의 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채인철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안주를 입안에 넣어주는 이미경은 연신 소리내어 웃는데 진짜 금슬좋은 부부같았다. 박종규의 격분하여 술잔을 든 손이 질투심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박종규, 채인철의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배는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서 있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불길(不吉)을 알아채고 경고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배위를 스쳐지나갔다. 갈매기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면, 분명 갈매기는 배위의 인간들에게 곧 벌어질 비극에 대한 경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남녀 모두 술에 만취된 상황이 되자 각기 파트너 끼리 껴안고 술을 마셨다. 그 때 채인철이 낚시대로 큰고기를 잡아 이미경을 보며 외쳤다. "이 여사, 내가 제일 큰 고기를 잡았어."

채인철이 낚은 고기는 과연 지금까지 친구들이 잡은 고기 가운데 제일 큰 것이었다. 이미경이 박수를 쳐대며 환호의 소리를 지르더니 일어나 채인철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멋져요. 어서 횟감으로 만드세요."

채인철은 살려고 몸부림을 치는 물고기를 힘주어 붙잡아 도마위에 올렸다. 이미경은 기뻐 손뼉을 쳐대며 연신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채인철은 이미경의 환호에 고무되어 회칼을 집어 들었다. 그 때, 도마 위의 물고기는 저주를 퍼붓듯 입을 오물거렸다.

채인철이 회칼로 물고기를 몸을 회치려 할 때, 돌연 박종규가 안고 있던 여자를 무정하게 밀치고. 벌떡 일어나 온 배안이 떠나가라 채인철에게 외쳤다. "안돼! 그 물고기는 여기서 횟감으로 먹어서는 안돼!"

자리에 앉아 회칼을 잡고 있던 채인철은 일순 멍하여 박종규를 쳐다 보았다. 이미경, 김민수, 오영근과 여타 여자들도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놀란 눈이 되어 채인철 앞에 우뚝 서 있는 박종규를 응시했다. 채인철이 박종규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왜 안된다는 것이지? 응?"
박종규가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인철이 자네 아버지 제사가 가깝지 않는가!"
"우리 아버지 제사 날 하구 이 물고기가 어쨌다는 거야?"
"자네 직업이 없어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그 물고기는 여기서 먹지 말고 집에 가져가 부친 제사상에 올리라는 말이야."

가정형펀이 어렵다는 말에 채인철의 얼굴이 일순 벌개졌다.
"자네 왜 내게 망신주는 말을 하는가?"
"난 자네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네. 자네는 솔찍이 부친제사 때 고기도 살 수 있는 경제 형편이 못되잖나. 그 물고기를 제사 때 쓰라는 내말을 못알아 들어?"

박종규는 채인철에게 아닌 이미경에게 들으라는 듯이 이미경의 얼굴을 보고 외쳐대었다. 순간 이미경의 안색이 곤혹스러워졌다. 이미경은 슬쩍 채인철을 보며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자들은 돈없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지 않는가.

채인철은 박종규의 모욕주는 말뜻을 깨닫고 격분에 더욱 얼굴이 벌개졌다. 회칼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채인철은 애써 마음을 다잡는 듯이 인내의 표정을 보이며 힘껏 잡았던 회칼을 도마 위에 찍어놓고 원망하듯이 박종규에게 말했다. "자네 내 친구 맞아? 왜 그래? 취했어? 숙녀앞에서 무슨 추태인가?"

박종규는 으르렁 거리듯이 되받았다.
"야, 너 돈없는 데, 좋은 물고기는 네 아버지 제삿날에 쓰라는 말이 뭣이 기분 나쁘냐?
채인철이 분해서 말했다.
"여자 앞에서 고의적으로 나를 망신주려는 네 심보를 모를줄 알아? 너 죽고 싶냐?"
박종규는 사납게 외쳤다.
“난 다른 뜻은 없어 네 가정의 경제사정이 어려우니 네가 잡은 물고기로 부친 제사를 하라는 것이 무에 잘못이냐?”

격분한 채인철은 순식간에 일어나 박종규의 멱살을 힘껏 잡았다. 박종규도 지지 않을세라 채인철의 멱살을 힘껏 잡고서 흔들며 외쳤다.
"넌, 허구헌날 돈 없어 친구들에게 술얻어 먹는 놈이잖아. 오늘도 놀이 돈을 내지 않고 얻어먹는 놈이 눈치코치 없이 이쁜 여자나 차지하고 양보할 줄도 모르구... 양아치 같은 넘!"

채인철은 “ 양아치”라는 말을 듣고 온몸을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채인철은 일순 이미경을 안타깝게 건네 보았다. 이미경은 실망스러운 듯 외면 해버렸다. 이미경의 돌변한 표정을 본 채인철은 절망감에 절규하듯이 부르짖었다.
"너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분노의 화신이 된 듯한 채인철은 박종규의 멱살을 잡아끌고 순식간에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배안의 일행들은 만취된 상태였고, 채인철의 빠른 행동을 제지할 수가 없었다. 만취한 여자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누구 바다에 뛰어들어 두 사람을 구조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하지 않은 갈매기만 욕설을 퍼붓는가, 소리를 질러댈 뿐이었다. 박종규, 채인철은 서로의 멱살을 잡은 채 바다속에서도 서로 욕설을 퍼붓고 싸우는 듯 하더니 급기야는 바다속 깊이 빠져 들어갔다. 박종규, 채인철 두 친구는 횟감대상인 물고기들의 밥이 되는 신세로 돌변해 버렸다.

이야기의 결론은, 배안에 동승하여 대취한 남녀들은 선장의 신고에 따라 모두 경찰서에 연행되어 경찰의 강도높은 조사속에 강력하게 부인하였으나 목격자인 선장이 분풀이하듯 작심을 하고 증언을 해버렸고, 경찰의 조사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작은 군단위에서는 매양 화제가 빈궁하던차에 그 사건은 순식간에 큰 화제가 되었다. 경찰서의 통지에 의해 남자들의 부인들이 나타나 남편의 귀때기를 잡아끌고 가는 성난 부인네들, 짝 노릇을 했던 여자들의 남편도 경찰의 통지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오는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가는 장면에서 전남 소읍의 화제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 사건 이후, 소읍의 결혼한 젊은 남녀들은 자나깨나 싱호 감시감독에 나섯고, 심지어 8순에 이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상호 감시하는 웃지 못할 고약한 상황까지 돌변하였다.

괴이한 일이었다. 해경과 어부들이 바다에 잠긴 박종규, 채인철의 사체를 찾으려고 바다에서 무진 애를 썼으나 두 달이 넘도록 찾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두 초등학교 동창생은 함께 바다속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어족들이 먹어 치운 것인가, 전설의 용궁속으로 강제 연행 된 것인가. 사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사건 수사 담당관인 경찰이 나를 찾아와 사건의 자초지종(自初之終)을 실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두 사람, 혹시 바다에 있다는 용왕님이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나는 차를 대접하며 이렇게 말했다.
"용궁이 있다는 말은 다 사기요. 각종 물고기들이 잔치를 벌였을 거요."

마침내, 두 사람의 사체는 석 달 후 완도, 어느 섬의 해변가에 파도에 밀려 나타났다는 어부의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들이 철썩이는 파도가 밀어내는 사체를 보니 물고기들이 다 뜯어먹어 해골만 남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골은 그 때도 서로 두 손으로 상대의 목을 악착같이 쥐고 있었다. 독자 여러분은 상상해보시라. 얼마나 원한이 깊었으면 해골이 되어서도 서로 목을 죄는 모습을 보였을까.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인 그들이 남의 여자 때문에 순식간에 돌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들의 해원상생(解寃相生)을 위해 반야심경을 낭송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서로의 목을 쥐고 있는 해골의 손을 뜯어 내었다. 두 친구는 서로 손가락의 뼈가 부서져서야 떨어졌다.

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남자가 안타까운 얼굴로 질문해왔다.
"스님, 그들은 그렇게 죽으라는 정업을 타고 났을까요?
"정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정업은 얼마던지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오. 욕망이 자신들을 망친다는 것을 깨닫고 '한 생각'을 돌릴 수만 있었다면 그런 악연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을거요. 그 한 생각은 지혜요. 두 분도 인생을 지혜롭게 살피어 악연과 불행을 자초하지 마시오? 알겠소?"

토굴 밖에서는 여전히 뇌공과 전모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갑자기 여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비가 쏟아지는 유리창 밖의 번갯불빛속에 두 친구의 해골이 서로 목을 죄며 싸우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고, 서로 원망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무서워 죽겠어요. 비가 그친 다음에 저희들을 보내주세요. 네? 우리가 쉴 수 있는 방을 하나 주세요. 제발요..."

나는 사랑하는 남녀를 위해 방을 내주어야 할 형편이 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하나 뿐인 옆방을 내주었다. 나는 자위(自慰)했다. 수도승은 폭우로 길이 막힌 중생에게 따뜻한 차와 방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어느 고준한 법문 보다도 가장 현실적인 자비의 보시일 것같았다. 나는 방으로 젊은 남녀를 안내하며 이렇게 엄명했다. 두 분은 방안에서 함께 좌선하여 정업을 멸하는 “관세음보살” 을 반복하여 부르는 업장소멸의 기도를 하시고, 비가 끝나면 길을 떠나시오. 알겠소?“

두 남녀는 하늘에서 뇌공, 전모가 우레를 울리고 번개를 무섭게 치고 있는데, 옆방에서 너무도 크게 이층을 이루는 소리를 질렀다. 특히 여자는 “금방 죽듯이” w절정의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탄식하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뇌성 번개속에 아이를 임신하면 부족한 아이가 나오는 데, 어쩌지? 그렇다고 방문을 열어 그들의 용맹정진을 만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내방으로 와서 다시 정좌하여 우레 소리를 들으며 자탄속에 이렇게 독백하였다. “결국 고해의 인생은 오직 돈을 벌려고 애쓰고, 남녀가 사랑을 하고 선연과 악연속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지. 인생은 한바탕 꿈이고, 정업은 피할 수 없다네....” ◇



이법철(이법철의 논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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