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중에 환상을 바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이법철 | 입력 : 2016/09/26 [21:49]

 

 대한불교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부처님의 상(相)에 대해서 이렇게 언명하였다. 만약 나를 색상으로 나를 구하거나 소리로써 나를 구한다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사람이어서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한다.(若以色見我 爲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라고 언명한 것이다. 중생은 부처님의 상은 32상과 80종호가 있다 했으나 말세에 그와 같은 상과 소리로써 진짜 부처의 상이라고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은 환상에 빠지는 것이라고 경계한 것이다.  

 

부처님은 중생에게 환상에 얽매이고 환상에 기만 당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는 데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들은 환상의 속박(束縛)에서 헤매는 자는 부지기수(不知其數)인 것이다.  

 

다음의 예화는 기도 중에 환상에 사로잡혀 예리한 식도(食刀로 자신의 남근(男根)을 스스로 잘라버린 어느 비구승의 실화이다.

 

기도 중에 식도로 남근을 자른 지역과 장소는 경남 고성군 지역의 모 암자이다. 이제 그 스님은 열반에 들은 지 오래이나 그분의 명예를 위해서 법명은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법랍(法臘이 많은 조계종의 노장들에게 질문하면 금방 파안대소(破顔大笑)로 환히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는 조계종을 창종하다시피한 불교정화의 수훈갑(首勳甲)인 청담대종사의 소중한 상좌였다.

  

나도 20 때 한국불교사에 없는 괴이한 식도 사건을 듣고 좋은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하였고, 출가 수도승은 수행정진 하면서 범인은 따라 흉내 낼 수 없는 난행고행(難行苦行)을 해야 하는 데, 기도중에 스스로 식도로 자신의 남근을 잘라 버린 것도 난행고행의 하나라고 나는 좋게 해석하였다. 그러나 솔찍이 나는 식도를 잡아 그 비구승을 흉내낼 수 없고, 후학에게 권장하지도 않고 단지 교훈으로 세상에 전할 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무개 비구승은 불교의 보살 가운데 신통력이 있는 준제보살을 영적으로 영접하기 위해 고독한 산사에서 “준제보살, 준제보살”의 명호를 목탁 반주에 맞추어 간절히 부르는 용맹정진을 하였다.

 

그는 기도하면서 조만간 황금빛의 준제보살이 눈앞에 나타나 신통력을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도를 하였다. 1백일 째 되는 때였다. 돌연 환상이 나타났다. 소원대로 황금빛의 광채를 찬란하게 보이면서 32상과 80종호를 갖춘 공덕 충만한 준제보살이 현신하였다. 아무개 비구승은 목탁을 내려놓고 준제보살을 우러르며 황송히 준제보살을 부르는 데 준제보살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대의 소원이 무엇인고?”

 

환상의 황홀경에 빠진 아무개 비구승은 준제보살의 명호정근 기도가 응답이 왔다고 내심 크게 기뻐하며 황송히 소원을 말했다. “말세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신통력을 보여주어야 믿습니다. 제게 과거, 현재, 미래 삼세(三世)를 통투(通透)하여 말할 수 있는 신통력을 주셨으면 간절히 소원합니다.”

 

“오, 신통력은 뭐에 쓰려구?”

“수많은 중생들을 오도록 하여 시주를 받고 우선 사찰을 크게 짓고, 다음에는….”

“오, 내가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그런데 우선 너의 믿음(信)부터 보여주어라.”

“목숨이라도 내놓을까요?”

 

“아니다. 목숨까지 바칠 것은 없고, 너의 남근을 식도로 잘라 보여라. 청정한 비구승은 남근이 필요 없고 자칫 실수하여 여색에 빠지면 오히려 화근만 되는 것 아니냐?”

“예, 알겠습니다. 당장 식도로….”

 

아무개 비구승은 부엌에서 식도를 갖고 와 준제보살 앞에 남근을 잘라 버렸다. 식도가 남근을 잘라 버리는 순간 통증으로 “으악!”소리를 지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신통력을 주겠다는 준제보살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고성으로 비명을 지르고는 의식을 잃고 졸도해 버렸다.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공양주보살은 자신이 평소 김치를 썰어대는 식도가 괴이한 용도에 쓰인 것을 알고 아연실색 했으나 정신을 차려 아무개 비구승을 병원에 연락하여 긴급 후송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입소문은 무섭게 빠른 것같다. 기도하던 청정 비구승이 무슨 각오와 사연인지는 소상이 모르겠으나 음욕의 욕망을 식도로 과감히 자르면서 중생을 위해 기도했다는 소문이 고성군을 넘어 진주와 부산, 대구까지 입소문이 퍼졌다.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불교를 믿는 남편들은 입소문을 듣고 감격하여 울먹기 까지 하면서 아내에게 강변하기를, “남자에게는 남근이 생명과 같은 데, 스스로 식도로 남근을 자르면서 음욕에서 벗어나 중생을 위해서 기도한 것은 성자와 같다. 당신은 이제 그 스님이 있는 절에 다니고 시주하라”고 강변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부지기수의 남녀들이 식도로 남근을 자른 신심깊은 비구승을 친견하기 위해 조금 과장하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룰 지경이었고, 보시의 돈이 조금 과장하여 가을 낙엽처럼 쌓여갔다. 마치 70년대 초, 불사리(佛舍利) 친견하듯 특히 여성들이 운집하듯 하며 시주 돈을 내고 안타까워하고 찬사했다.  

 

아무개 비구승은 잘린 남근 때문에 고통속에 신음하면서 불교 믿는 남녀들에게 성자(聖者) 대우를 받았다. 중생을 위해 기도하다가 일어난 희안한 쾌거로 사연은 둔갑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개 비구승은 그 후 저절로 쌓이는 시주돈으로 사찰을 웅장하게 짓고, 가난한 민초들을 돕는 데 앞장 서는 헌신봉사를 하다가 세연(世緣)이 다하여 입적, 또는 열반에 들었다는 후일담(後日譚)이 전해진다.

 

이 글을 읽는 인연이 있는 독자 여러분에게 나는 감히 권한다. 산 좋고 물 좋고 인심좋고 국가사회에 인재가 많이 배출된다는 고성군을 방문하여 성자로 호칭되는 아무개 비구승이 주석한 사찰에 가면 성자로 호칭되는 아무개 비구승의 인자한 진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의 진영에 향을 피우고 정중히 삼배의 예배를 하고 소원을 간구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전하는 말은 있으나, 나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솔찍한 고백이다.

 

기도 끝에 나타난 황금 빛 준제보살은 아무개 비구승이 만들어 낸 환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화엄경에 우리 인간의 마음은 그림 그리는 화공과 같다(心如工畵師)라고 하였다. 환상은 인간의 고착된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거듭 강조한다. 서두에 언급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중에 환상을 구하는 기도가 아니기를 바라는 바이다.

 

끝으로, 부처님의 피골이 상접한 고행상(苦行相)을 통찰하고 경의를 표하시라. 부처님은 환상에 빠지지 않는 마음공부를 하였다. 부처님은 보리수 나무아래 정좌하여 새벽 하늘에 떠오르는 명성을 보고 우주의 진리를 깨달았다. 만인이 잠든 밤, 부처님은 깨어 항하사 모래수와 같은 별의 국토와 연기법을 깨달은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인연있는 분들이여, 환상과 면벽에서 벗어나 우주를 통찰하는 마음공부를 하시라. 우주의 법신불(法身佛)은 항상 무진법문(無盡法門)을 베플고 있다. ◇

 

 

이법철(이법철의 논단/www.bubch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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